부모들이 상담실로 아이를 데리고 올 때는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써서 자녀를 고쳐보려고 노력하다가 지쳐서 오게 됩니다. 오늘 한 번만 어쩔 수 없이 왔다며 즉각적인 답을 요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녀의 양육법을 알고 바로 실천하면 자녀가 달라질 것이라는 마술적인 사고를 갖고 오는 것이지요. 성급하게 해답을 찾는다 해도 실천하는 것이 힘들고 아이들이 부모가 원하는 만큼 변하지도 않습니다. 전 적어도 6개월, 스무 번 정도의 상담기간을 두고 부모 상담을 병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부모들은 실망을 하고 빠르게 해결할 다른 방법은 없는지 다시 물어보십니다. 방법은 알고 싶지만 부모 스스로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힘겹다고 합니다.
한 번은 어머니의 극도의 분노표현으로 자녀의 우울증이 심각해졌음에도, 어머니는 자신의 문제는 어쩔 수 없으니 아이만 치료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어떤 고통도 받고 싶지 않으며, 아이의 치료의 책임은 상담자인 저에게 미루겠고 싶어 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문제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얘 때문에 제가 속상해죽겠어요.”라며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소리 내어 우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부모가 holding environment가 되어주지 못하고 모든 일에 아이 탓만 했지요. 어떤 경우는 종합심리검사결과를 들은 후, “선생님 때문에 제가 너무 머리가 아파서 살 수가 없네요.”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분들은 현실을 직면해서 보기를 힘겨워하셨습니다. 어쩌면 상담이 점집처럼 즉각적인 답을 제시해줄 줄 알았는지도 모르지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문제를 살펴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님들이 자주 하는 말은 “놔두면 좋아질 줄 알았다.”고 합니다. 아이의 문제에 시간을 들여서 관심을 두는 시도는 멈추었기 때문이지요. 점점 문제가 심각해지면, “이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야.”라며 포기해버리기도 하구요.
결국 문제해결의 열쇠는 나와 자녀를 알기 위해 시간을 들이는 것입니다. 1세기 의사이자 연금술사의 파라켈수수의 말로 대신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자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한다.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자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무가치하다. 그러나 이해하는 자는 또한 사랑하고 주목하고 파악한다.”
copyright 2016. 안정현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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