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탁 감독의 헬로 고스트와 슬로우 비디오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주인공, 혼자 인듯하지만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외로움의 끝에서 로맨스로 끝을 맺어가는 것.
무엇보다 따뜻한 공감.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그의 영화를 통해 작은 불씨를 받은 것 같았다.
동체시력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진 여장부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 이후 방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만의 세계에 고립되어 있다. 그의 유일한 관계 대상은 텔레비전. 차태현이 cctv중앙관제센터에서 서른쯤 되어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cctv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옆 동료와도 대화가 힘든 그는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한다. 습득된 어휘는 많으나 표현하는 언어는 한 단어나 짧은 어휘로 끝나고 말고 '좀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고 많다. 내가 만난 은둔형 외톨이의 모습과 너무나 비슷했다. 언어 표현의 유창성도 부족하고 독특한 언어톤을 가지고 있으며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도 부족하며, 상황 파악 능력도 떨어진다.
대인관계를 해보지 못한 그가 직접 사람들과 만나서 부딪혀 가는 과정은 기억에 남는다. 타인과 관계 맺음에 서툰 그가 사람들과 cctv에서 보던 사람들을 찾아가서 만나고 이야기하는 장면들. 그에게 매일 접하는 소식과 사람들이 실제는 관계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매일 바라보는 마을버스 기사에게 손을 흔들어도,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리어카를 이끄는 아이에게 인사해도,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말을 건네도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았다. 가깝게 가기 힘든 사람들에게 천천히 인사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설레었다.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은 그가 이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것은 실패 투성이었다. 어느 순간. 그들과 함께 바다를 삶의 이상향을 찾아서 마을버스로 모두 다 함께 떠나는 여행을 시도했고 그 여행이 실패로 끝나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충분했다.
주인공 같은 이를 만났던 적이 있다. 오랜 기간 친구도 없이, 가족과도 말을 섞지 못한 채 혼자만의 시간에 있던 내담자가 '예, 아니오'라는 말만 해서, 답답해한 적이 있다. 그래서 몇 달이 지나도 아무 말을 하지 않은 내담자와 상담을 하는 것이 힘들다 생각해서 구조화된 사회성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 내담자는 '전 선생님과 얘기가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예, 아니오'가 그에게는 대화였던 것이다. 꽤 긴 시간이 걸려서 그가 사회에 복귀했을 때, 그리고 미소를 지을 때, 친구가 생겼다고 했을 때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내담자가 선생님과 안녕이라는 인사는 하고 싶지 않다며 갔다.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말과 선물로 준 마카롱을 먹으면서 나도 모르게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와의 이별이 이렇게 아쉬울 줄 몰랐고, 그와 아무 말없이 같이 있는 시간이 답답하기만 했었다. 함께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은 그런 것 같다. 조금씩 맘을 열어가고 알아가고 소원을 말하고 아쉬운 소리를 하면서 물들어가는 것. 어쩌면 혼자만의 세계에 고립되어 있는 것은 주인공만이 아닐 수도 있겠다.
그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관찰하고 그림을 그려가는 것처럼, 내 주위 사람들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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