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책<나라도 내편이 되어야한다> 중에서 입니다.
어린 시절, 희애는 집에 들어갈 때마다 가슴이 뛰었습니다. 문밖으로 부모의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어머니는 서글프게 울고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종종 신경질을 내시곤 했습니다.
넌 성적이 그게 뭐야?
제대로 하는 게 없어!
학창시절 친구들과 다른 학교로 배정을 받게 되면서 새로운 친구를 제대로 사귈 수 없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사람들이 자신의 눈빛을 피하는 거 같았습니다. 눈빛 때문에 다른 사람이 힘들어한다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진 희애였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하는 거라, 그런데 선생님이 이미 알고 있다는 건 알아요...
희애는 상담 내내 감추고 있었다. 오랜 침묵이 흘렀고 희애는 입술을 깨물고 바닥을 보면 말했다.
눈빛 때문에 다들 힘들다는 거... 제 눈빛이 너무 날카롭다는 거 저도 알아요
희애가 눈에 힘을 주고 있긴 하지만 힘들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비밀, 믿음으로 혼자서 10년 넘게 힘들어 한 게 안타까웠다. 내담자의 감정에 휩쓸리면 안 되지만 이유 없이 고통을 겪어왔을 희애의 고통이 느껴져 슬픔을 참을 수 없었다.
가해 의식형 사회 공포증
자신의 냄새, 표정, 외모가 타인을 힘겹게 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타인이 자신의 결함을 모른 척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들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희애 역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게 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고립되었고 우울과 불안이 심해진 케이스였습니다.
어릴 때 부모에게 평가적인 말을 자주 들으며 자란 희애의 경우, 타인이 자신을 무시하거나 비난할 것이라는 신념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눈빛이 타인에서 위협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어기제를 만들었습니다. 희애가 만든 거리는 다른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를 좌절시켰습니다.
교정적 정서 체험
잘못된 믿음을 바꾸기 위해서는 과거에 처리할 수 없었던 상황을 바꾸어줄 수 있는 새로운 정서 체험이 필요합니다. 희애는 상담자에게 비밀을 털어놓은 것을 시작으로 비밀을 옆자리 동료에게 털어놓았고, 믿을 만한 지인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들은 희애의 눈빛 때문에 힘든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 희애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점점 자신에 대한 부정적 믿음이 옅어져갔습니다.
잘못된 생각으로 고생했던 것이 억울하기도 했지만 희애는 더는 '왜?'라는 질문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부모님의 속사정까지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이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을 거 같다고 했습니다.
저자 마음달
출판 카멜북스
발매 2017.03.02.
심리학자 '마음달'의 저서 [나라도 내편이 되어야 한다]의 한 상담 내용입니다. 사다리를 탈 때 처음부터 맨 위칸에 올라갈 수 없듯이, 아래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야 합니다. 두려움이란 상황 속에서 가장 쉬운 단계부터 시작해 어려운 단계로 강도를 올리는 것이지요.
혹시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신다면, 사다리를 오르듯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부터 친근함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Copyright 2018. 마음달 안정현 all rights reserved.
14년 경력의 심리상담사,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1급 703호(주수퍼바이저)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 1246호
한국정신건강상담사협의회 정신건강증진상담사 1급, 보건복지부 청소년상담사 2급
마음달심리상담 센터 대표
저서<나를 사랑하는 일에 서툰당신에게>
<나라도 내편이되어야 한다>
maumdal.com (상담예약 신청)
https://brunch.co.kr/@maumdal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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