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아한 거짓말을 보고 난 후 가슴이 먹먹해졌다. 또래관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은 주인공 천지가 남긴 다 섯개의 붉은 털실뭉치가 전설의 고향에서 나온 소복 입은 귀신의 붉은 피로 연상이 되어 온 것은 무엇일까? 게다가 천지는 죽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고 실타래에 꽁꽁 숨겨서 메시지를 말한다. 살아서 소리 지르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죽어서도 소리 내지 못한다. 이제 사람들 사이에서 고립당한 소녀는 '죽은 자'가 되어 '산 자'들에게 자신을 제대로 봐 달라고 요구한다. 옛날 소복을 입은 처녀 귀신이 깊고 깊은 밤 다들 잠든 사이에 사또에게 우는 소리를 하며 나타난 것처럼 말이다. 몇 백 년 전 조선시대나 현실에서나 소녀들은 죽어서야 하고싶은 말을 말할 수 있다니 휴 하고 한숨이 밀려왔다.
소녀들 사이에서 고립을 당한 다는 것은 우주에서 미아가 되는 것과 같다. 여자아이들은 어느새 무리를 짓고 단짝을 만들어나간다. 여자들의 집단에서 이미 친밀감이 형성된 무리에 새로운 이가 들어가서 우정을 형성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벽은 보이지 않게 견고하기 때문이다. 친해진다고 해도 따돌림은 가장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학교 성적이 떨어지는 것 때문에 고민을 나누고, 함께 급식을 먹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서로 나누던 아이들. 시시껄렁한 농담을 비롯해서 다른 아이들과는 나누지 않던 비밀을 함께 한 아이들이 어느 순간 돌변하기도 한다.
부모들은 자녀가 따돌림을 당한다는 사실을 안 순간, 분노에 떨게 된다. 학교 담임선생님을 찾아가서 같이 상담을 받는 정도는 괜찮다. 간혹 교육청, 경찰청 등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 아이들은 학교와 또래 친구들의 공공의 적이 되는 경우를 보게 되었다. 학교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거나, 아이가 학교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사건이라고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담임 선생님조차 가해자 아이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피해를 받고 있는 아이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게 될 경우 아이는 같은 또래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이 자신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실망감에 더 튼 고립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피해자 아이가 느끼는 괴로움의 크기는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다.
외부의 공격이 들어오면 내부 집단의 결단력이 단단해진 듯 피해자 학생은 용서받지 못할 아이가 된다.
게다가 바깥에 친구를 고발한 배신자가 돼 버려서 다시 그 집단 아이들과 관계를 되돌리기에는 힘들어진다. 한국에서는 아이를 전학 보낼 시킬 생각이 아니라면 문제를 부모나 경찰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관계 해결이 힘들다. 왕따 문제로 골머리를 썩던 일본은 집단 따돌림 방지대책 추진법이 시행되어서 학교에 교직원, 심리전문가로 구성된 집단 따돌림 방지를 위한 조직을 설치한다고 한다.
여자들은 분노를 직접적으로 그러 내는 일은 좀처럼 없다. 부정적인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싫어하는 여자아이들에게 가하는 법은 눈빛으로 째려보거나 교묘하게 따돌림을 시키는 것이다. 그러기에 어른들은 소리 없는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좀처럼 알아차릴 수가 없다.
어린 시절 따돌림을 당했던 것을 회상하며 어른이 된 지금에도 그때를 기억하며 아파하는 이들을 본 적이 있다. 따돌림을 벗어난 것을 회상하면서 한 가지를 배웠다고 했다. 절대도 잘난 척, 괜찮은 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도 조금은 부족한 척, 허술한 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완전하지 않고 조금은 부족한 여자이기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주변 친구들을 틈틈이 칭찬했다고 한다. 남자들이 이해 안 되는 것들 중 하나가 여자들이 모이면 서로 칭찬하기 바쁜 것이라고 한다. 남자들은 누가 더 힘을 가졌는지를 나타내지만 여자들은 서로를 칭찬하면서 관계를 맺어 나가는 것이다.
소녀들의 심리학은 착한 소녀가 되지 말고 소녀가 자신의 내면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여자들이 여전히 수동적이어야 하고, 감정을 적절히 숨겨야 한다면 내면의 공격성은 서로를 향해 꽂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아한 거짓말에서 가해자 아이도 결국 따돌림을 피하기 위해서 천지를 망패 막이로 쓴 것처럼 말이다. 따돌림당했던 기간을 잠잠히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는 소녀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도 되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copy all right @ 심리학자 마음 달(마음과 성장 아카데미)
<소녀들의 심리학 중에서>
“소녀들의 공격 문화가 은밀하게 진행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레이철 시먼스가 궁극적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그가 찾은 답은 ‘문화’와 ‘학습’이다. 경쟁심·질투·분노는 소년이나 소녀 구분 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소년들은 이런 욕구와 욕망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학습 받는 문화에서 자란다. 따라서 소년들의 공격성은 거침없이 신체적인 폭력이라는 양상으로 드러나며, 그만큼 상처는 쉽게 아문다. 때로 소년들의 공격성은 ‘남자다움’이라는 이유로 권장되기도 한다.
반면 소녀들은 경쟁심·질투·분노 같은 욕구와 욕망을 억제하고 억압받는 문화에서 성장한다. 그 문화를 규정하는 핵심 개념이 바로 ‘착한 소녀’이다. 여자 축구 선수가 나오고 여자 우주비행사가 나오는 시대에도 여전히 ‘착한 소녀’ 이데올로기는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여자는 착해야 하고, 그래서 쉽게 욕망이나 욕구를 드러내서는 안 되며, 드러내더라도 티 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분출구를 잃은 소녀들의 분노는 가까운 친구들을 은밀하게 공격하는 형태로 왜곡되어 나타나며, 소년들의 몸에 남는 상처보다 마음에 깊고 오래가는 상처를 남긴다.
따라서 레이철 시먼스가 소녀들의 대체공격을 해결하는 대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매우 명쾌하다. 경쟁심·질투·분노 같은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표현하라. 곧 “사회와 문화가 강요하는 내 안의 ‘착한 소녀’를 버려라!”라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와 교사가 소녀들의 대체공격에 대해 무지하고 소극적인 환경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지은이는 책의 마지막 두 개 장에서 교사와 부모들에게 소녀들의 은밀한 공격 문화에 대해 이해를 촉구하는 고언을 아끼지 않는다. 실제 매뉴얼도 제안한다. “소녀들의 은밀한 공격을 예상하고 방지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안한다.” 라이브러리 저널(Library Journal)의 평가다.
소녀 시절 따돌림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던 지은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소녀들의 감정 전부를 가치 있게 여기는 사회가 되면 그들고 솔직한 관계에서 우러나오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는 여자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후회되는 건 그 때 말하지 않은 거야. 도대체 뭐가 그렇게 두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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