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괴물도 있겠지만, 사람이 만든 괴물도 있습니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손을 내밀어줬다면 김진우도 죽은 피해자도 모두 구했을지도 몰라요”
드라마 시그널의 박해영의 대사. 범죄자의 죄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죄는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연약함에 대한 이해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어떤 사람들이 상담실에 오는지?"를 묻는다. 정신건강의학과 내 상담실에서 일했기에 증상이 심각한 이들을 만나왔다. 정신병동에 가서 검사를 한 적도 있었는데 만성 알코올릭이거나 만성 우울증인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어린 시절과 환경을 마주하면 내가 그의 자리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롤로 메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온 내담자는 없다고 했다.
상담에 오는 이들은 정신질환자와 구분을 했으면 한다. 대부분 일상적인 고민을 가지고 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상담자, 너는 내담자라는 경직된 툴을 가진 생각은 오만이다. 그저 지금 내가 적응을 잘 하고 있을 뿐이지 누군들 문제는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석사를 졸업하고 3년 동안 수련을 받는 임상, 상담 수련생들에게 반드시 개인 분석을 받으라고 권한다.
1991년이 되어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왕궁이나 귀족들, 신의 그림만 그리던 것에서 벗어나 한 개인에 대한 표현을 하는 낭만주의의 도래가 시작된 것이다. 메두사의 뗏목으로 유명한 제리코는 조르제 박사의 부탁으로 누구도 관심이 없던 환자들의 모습을 한 명 한 명을 그렸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그런 그림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몇 년 전 노희경 님의 '괜찮아, 사랑이야' 또한 그러했다. 노희경 님의 드라마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이 느껴져서 좋아한다. 이후로 수많은 드라마들이 심리적 문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뚜렛증후군, 품행장애, 조현병, 강박증 다양한 증상에 대한 이해와 그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보였다. 드라마를 만들어줘서 고맙다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은 인간의 연약함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인 것 같다. 바쁜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강함을 보이고 무엇인가를 보여야 할 때, 인간의 연약함은 무시되어 간다. 내면의 연약함은 추하거나 가려야 할 것들이 아니다. 나 또한 여전히 내담자를 잘 모르겠다. 그러나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는 가질 수 있다.
이해되지 않는 연약한 타인의 모습을 받아들여나갈 때, 나에 대한 이해도 조금은 자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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