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상담만 받으면 자존감이 쑥쑥 올라가는 게 맞죠?”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잠시나마 자존감이 올라간 것 같지만 금세 좌절해버리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자존감이 낮다며 높여달라고 이야기한다. 항상 세상의 평가에 자신을 끼워 맞추느라 끊임없이 애를 썼다고도 말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존감이 향상되리라 믿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중간만 맴도는 시험점수, 대기업에 입사한 친척 이야기에 불현 듯 찾아오는 열등감……
최선을 다했지만 나 혼자만 왜 이리 꼬이는 건지,
그렇게 내 인생만 부족한 것 같을 때가 누구나 있다.
대다수가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고자 한다. 이미 평균 이상으로 퍼펙트함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꼼꼼하게 일하며, 타인에게 늘 친절하다. 타인을 의식해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 보니 매사가 힘들어진 것이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에 몰두하는 데서 우리의 불안이 발생한다. 발표할 때 떠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긴장하고 있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등등 그렇게 누군가의 눈을 의식할수록 우리는 점점 불행해진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완벽’에 가닿을 수 있을까?
과연 부족한 내 모습을 버릴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서 완벽해지면 사랑받을 수 있을까?
그런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오해영’이다.
〈또 오해영〉이라는 드라마가 인기 있었던 까닭은 완벽하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평범하디 평범한 주인공 ‘그냥 오해영’은 동명이인의 ‘예쁜 오해영’보다 스펙과 외모가 모자랐지만 매우 매력적이었다. 좋아하는 남자가 ‘예쁜 오해영’을 만나는 것이 속상하다는 이유로 돌멩이를 던져 그들이 머무르던 집의 유리창을 깨뜨린 적도 있다. 좋아하는 마음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의 집 창문에 짱돌을 던지면서까지 마음을 표현하는 어른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썸’이라든지 ‘밀당’이라는 핑계로 짝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보다는 ‘그냥’ 오해영의 솔직함과 용기가 더 예쁘게 보였다.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우리도 ‘그냥’ 오해영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놓고 살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 않을까? 자신만의 색채를 마구마구 발산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뇌순녀, 뇌순남으로 출연했던 솔비나 김종민, 은지원의 어리숙한 모습에 공감한다. 이들이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더라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은 곧 내면의 허점이 반드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신화나 영화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영웅이지만 어딘가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들이다. 심지어 마블의 어벤져스 슈퍼 히어로들도 남모를 아픔이 있거나 어린 시절에 고난을 겪지 않았는가.
오늘부터 나를, 품어주는 것부터 시작하자. 모자라도 괜찮다. 난 세상 누구와도 같지 않은 단 하나의 사람으로 충분하다.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서 웃음으로 승화할 수 있는 사람은 능력자다. 자신을 셀프 디스 할 수 있는 사람, 그건 자존감이 꽤나 높은 사람이나 가능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괜찮은 사람이 되고자 애쓰지 말자.
우리 인생, 조금은 부족해도 괜찮다.
책 <나라도 내편이 되어야 한다>의 일부를 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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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현 (심리학자마음달)
자기 사랑에 서툰 이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또한 마음의 치유를 통해 뜨거운 심장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심리학회 상담심리전문가, 임상심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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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에세이 나라도 내편이 되어야 한다 가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