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기자의 '어쩌다 어른'을 읽다가 예쁜 것들은 좀 닥쳐줄래라는 제목의 목차를 보다가 웃고 말았다.
아마도 난 예쁜 그녀에 속하지 못해서 웃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린시절 너무나 부러운 친구가 있었다. 그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학교운동장 위의 스탠드에서 반 아이들을 찾을 수 없어서 부반장인 주현과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우리반 아이들이 아무도 없는지 난감했다.
그녀와 나는 손을 꼭잡고 다시 스탠드를 한 바퀴돌았다.
두어번을 돌고나서 한 선생님이 우리에게 무엇때문인지 물어보았다.
2학년 6반인데 애들이 안보인다고 하니 그 반은 이미 들어갔다고 했다.
주현과 나는 반아이들이 모이는 시간을 잘 못 알았던 것이다. 당시는 2부제 수업을 하던 때였다.
학교교실은 작고 아이들은 넘쳐나던 때라 오전오후로 수업이 나뉘어서 진행되고 있었던 시간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반 아이들이 스탠드에 모였다가 다시 자기반을 찾아서 가는때였다.
주현과 나는 놀라서 뒷문으로 들어갔다. 이미 수업은 시작되었고, 담임선생님은 매서운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선생님은 주현에게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내게만 시간을 제대로 알지 못하냐고 야단을 쳤다. 반 아이들 전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돈이 많았다면, 주현처럼 때마다 화분을 갖다 놓았다면, 어머니가 자주 반에 찾아왔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까?
수많은 선생님이 있었고 담임선생님에게 차별 받은 기억은 몇 번 없었다. 그때의 기억은 꽤 억울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꽤 많은 시간이 흘러 주현를 만났다. 피아노를 치던 긴 머리의 그녀는 섬머슴처럼 짧은 머리의 여자로 바뀌어있었다. 난 어린시절 그녀를 꽤 오랫동안 동경했었다. 넓은 정원 거짓말처럼 포도덩쿨이 있고 집에 그네가 있었다. 아울러 사업을 한다던 그녀의 아버지는 미국에 다녀왔다며 괜찮은 장난감들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녀의 엄마는 집에서 얌전히 놀다가 시간이 되면 집에 돌아가는 나를 마음에 들어해서 그녀의 집에 자주 초대되었다.
난 그녀를 오랜 기간 동경해마지 않았다. 그때의 기억을 이야기하니, 그녀가 대답했다.
주현도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환경미화시간마다 화분을 사오라고 해서 엄마에게 부탁하는 것도 미안했고,
매번 담임선생님이 부탁하는게 부담스러웠어 미안하기도 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아름답고 부유하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했다.
등록금, 생활비를 벌면서 대학원을 다닐때 유학비를 받아서 해외로 가는친구, 부모님이 사준 차를 몰면서 여유로운 삶을 사는 친구가 부러웠다.
물론 그들은 언니처럼 자기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부럽다고 했다. 속으로는 너랑 나랑 입장을 바꿔볼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누군가의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고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가 이십대 중반이 되서 이런 고백을 했다.
'있자나. 나 사실 너 부러워했어. 어디가도 너랑 다니면 네가 주목 받는거 같아서 말야. 그래서 널 미워하기도 했어.'
뜬금없는 그녀의 고백에 살짝 당황했었다.
난 그녀의 차분한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뜻밖의 이야기였다.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할 때,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 지를 모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변화시킬 수 없는것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구별하는 지혜를 가진다면 삶은 나아질지도 모르겟다.
그녀들이 갖고 있었던 돈, 부, 재력을 갖지 못한 집이었지만 어쩌면 나는 또 다른 것들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안의 장점이라는 건 결국 내가 찾아야되는 거 아닐까? 누군가를 부러워하기 전에 무엇이 되기 전에 먼저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 말이다.
남이 갖고 있는 것들. 내게 없는 것들을 비교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러기 전에 내가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겠다.
그 누구도 나같은 사람은 없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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