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야. 4년을 너와 함께 했구나.
나도 너랑 이렇게 오래할 줄은 몰랐다. 해나 너가 처음와서 했던 말이 기억나는데.
'에이. 이렇게 시시한 데가 어디있어요. 게임기도 없고.'
맞아. 선생님의 놀이치료실은 너네 말로 핵노잼이지.
놀이도구도 오래되었고 한쪽 면은 모래놀이치료도구로 가득한 방이니까. 물건들도 오래된 것밖에 없지.
선생님이 치료를 했던 시간만큼 오래되었지.
넌 모래놀이상자에 모래놀이치료 피겨를 다 모아서 던져버리기도 했어.
네컷 만화를 그리라고 했더니 올챙이가 자라 사람이 되고 해골이 되어 먼지가 되어버린다고 했지.
너는 밤이 무서워 혼자서 자는 것은 싫다고 했어.
손톱은 물고 또 물어서 남아나지 않을 정도였어.
네가 물건을 부수려고 해서 선생님이 안된다고 했을 때, 넌 선생님이 화를 낼까봐 눈치를 살폈지.
선생님 방은 물건을 깨뜨려서도 안되고, 물건을 가져가서도 안되지.
선생님만의 규칙은 꼭 필요하단다.
너의 엄마와 아빠는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어. 넌 사실 특별한 아이였어. 다른 아이들보다 똑똑한 아이지. 그래서 친구들이 시시하다면서 유치원때부터 혼자 놀기가 익숙했지. 그래서 선생님을 만나러 온 것이고.
선생님은 너와 함께 엄마와 상담을 했다. 엄마는 너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어.
넌 수없이 많은 미로를 그렸어.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게 말이야. 미로에 들어오면 괴물만 있다고 했어.
모래놀이 상자에서 폭발이 일어나서 명왕성과 천왕성과 화성이 생겼다고 했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또 죽였어. 그러다가 아이가 태어났고 또 죽었지만 다시 살아난다고 했어.
너는 수없이 죽고 살아나는 놀이를 했지.
그러다가 그 시시하다던 게임들을 시작했고. '여기 매일매일 오고 싶어요.'라고 했지.
그렇게 선생님을 약올리며 미운 말만 하고 게임에서 지면 소리지르더니 너는 어느 순간 이런 말을 했지.
"괜찮아요. 질 수도 있죠. 뭐."
어느 순간부터 너는 손톱을 물지 않았고 친구들이 생겼어. 너의 엄마는 다른 엄마들과는 달랐어.
문제들은 없어졌지만 네가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 시간을 주고 싶다고 했지.
어느순간부터 해나가 오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해나는 계속 다니겠다고 했지.
그러던 네가 "이제 안와도 될 것 같아요. 친구들과 놀고 싶어요."라고 할 때 기뻤다.
물론 너를 다시 보지 못할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선생님은 너를 보내야 하는 사람이니까.
해나야. 선생님과 마음 카드 놀이를 하면서 네게 유머가 생긴 것 같다고 했지.
어른들도 상담이 종결될 쯤이면 유머 감각이 살아나던데. 너도 그렇더라.
마지막날 선생님은 너와 함께 했던 그림들과 사진들을 네게 보여주었지.
그리고 선생님이 쓴 상담기록지도. 넌 '제가 왜 그랬데요.'라며 웃었어.
'그땐 어렸어요.'라면서 말이야.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이제는 너와 놀아주고 시간을 보내줘서 좋다고 했어. 부모님이 달라졌다며.
그래. 너가 자라듯이 엄마의 마음도 4년동안 많이 자랐어.
그리고 해나야. 너는 절제, 용기, 사랑, 믿음등이 마음에생겼으면 한다고 했지.
해나야 네 안에는 그 마음들이 자라고 있어.
네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 뿐이지.
그리고 소중한 마음들을 갖게 된 부모님들이 이젠 너와 함께 할거야.
그리고 이제 너를 못보겠지만 내 안에는 너와 함께 한 기억들이 있고,
네 안에도 있을거야.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마음을 담아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지.
그래 해나야 나도 너와 함께 해서 감사했어.
너는 특별한 아이이고 또 그런 아이로 자라기를 원해.
어른이 되어서 넘어지고 슬플 때도 있지만 네 마음안의 용기와 사랑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넌 특별한 아이라는 걸 잊지마.
copyright 2016. 마음달 안정현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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