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일에 서툰 당신에게> 교보문고 저자 인터뷰 입니다.
교보문고 북뉴스 인터뷰
http://news.kyobobook.co.kr/people/interviewView.ink?sntn_id=14495
어린 시절의 기억, 삶에 대한 불만족 등의 이유로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원인 모를 건강 이상으로병원을 찾는 사람도 나날이 늘어간다. 혼자서 고통을 견디지 못하면 결국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찾아 상담실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심리상담가 안정현은 14년간 상담이라는 감정의 최전선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녀는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뿐만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구석에서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을 위해 브런치 위클리매거진 ‘마음달의 심리 치유 극장’에 부정적인 감정에 대처하는 법을 상담하듯 하나씩 풀어놓았다. 1만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녀가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모인 고민은 『나를 사랑하는 일에 서툰 당신에게』라는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첫 번째 책인 『나라도 내 편이 되어야 한다』가 출간되고 1년 반 만에 나온 두 번째 책입니다. 전체적으로어떤 내용을 담으셨나요?
『나를 사랑하는 일에 서툰 당신에게』는 취업과 결혼으로 힘들어하고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분들에게보내는 글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애써 감정을 들여다보지 않을 때가 많아요. 특히 부정적 감정은 일단 피하려고하죠. 책에는 28가지 심리상담 사례를 넣어 부정적인 감정에 대처하는 법을 담았습니다.
먼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번 책은 부정적인 감정을 다양하게 담고 있는데요, 흔히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하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해서 잘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외로움, 불안, 슬픔, 짜증과 같은감정을 느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이 감정들도 내 감정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부정적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기쁨과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게 되거든요. 감정 형성과 표출을 관장하는 대뇌변연계와 전두엽의 접속이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도있죠. 내면의 솔직한 감정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예전보다 더욱 깊게 자신을 이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본문 내용 중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라는 주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밝고 쾌활한 사람도 어느날 갑자기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거나 우울감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 이럴 때는 애도 작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애도할 수 있나요?
애도라는 단어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네요. 무엇보다 먼저 충분히 슬퍼하는 것이 필요해요.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장례를 치를 때 따로 슬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지금은 다들 바쁘니까 슬픔을 볼 시간이 없죠. 애도에 대해 기억나는 사례가 하나 있어요. 유리창을 깬 일로 상담을 맡은 청소년이 있었어요. 같이 얘기하다 보니 친구가 자살했는데 학교 선생님도 친구들도 없던 일처럼 넘어갔던 거예요. 아이는 힘든 감정을 누구에게도 표현할수 없었고 순간 충동적으로 유리창으로 깸으로써 슬픔을 표현한 거죠. 상담실에서 친구를 잃은 아픔에 대해 죄책감, 미안함, 분노 등 여러 감정을 오랜 시간 이야기하고 다시 일상에 복귀했어요.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괜찮다고 애를 쓰면 갑자기 번아웃이 되기도 해요. 감정을 지지해주는 모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사별한 사람들의 모임처럼 판단이나 해석, 평가를 하기보다 같은 고통을 느끼는 사람끼리 모여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유익하고요.
개인적으로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특히 ‘이제는 내가 나의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와 닿았어요. 20~30대 중에 관계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어떤 주제에 대한 조언은 섣불리 하기 힘들어요. 상담은 직접 만나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 장단점을찾고 알아가는 과정이거든요. 그래도 이야기하자면, 심리학은 ‘누구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되었다’로 탓하는 분야는 아니라는 거예요. 가끔은 부모 탓만 하는 분도 만나는데 사실 심리학은 과거를 통해 현재 잘 살기 위한 학문이에요. 자신의 과거를 이해함으로써 현재를 잘 살아가는 것이 필요해요.
부모님 세대와 우리 세대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권정생 선생님의 『몽실언니』를 읽어보면 전쟁의 상흔을 겪은 세대와 지금 세대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르죠. 부모님이 70년대에 태어나셨다면 군부 시절이라는 특수성때문에 수직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하셨겠죠. 저 때만 해도 선생님이 학생들 뺨을 때려도 아무도 반박을 못했어요.
우리가 부모의 삶을 다 이해할 수는 없어요. 부모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어도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갈등이 생기는것은 당연해요. 부모님들도 그들의 부모에게서 공감받은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아울러 그분들도부모가 처음이에요. 그래서 상담에서는 가족의 관점에서 최소 3세대까지 가계도를 그리고 내담자의 역사를 살펴봅니다. 그럼에도 부모를 이해하기 어렵고 갈등이 심하다면 정서적,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생각해요.
번 책에는 우울증, 공황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처럼 근래 많은 사람이 겪는 질병에 대한 이야기도 구체적으로 풀어놓으셨어요. 스스로 병에 걸린 게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심리 상담 측면에서 이런 사람에게는 어떤 조언이 필요할까요?
미루지 말고 제대로 된 전문가가 있는 치료실에 가세요. 아플 때나 공부하는 데는 돈을 쓰면서 내 마음을 돌보는 데는 투자를 안 해서 후회한다는 분이 기억나네요. 보통 상담실에 오기까지 3년 정도는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응급실에 실려가거나 회사나 학교에 가지 못할 때쯤 되어야 상담실을 찾으시더라고요.
책에 우울, 공황 증상, 트라우마 등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기록한 것도 이유가 있어요. 공황 증상이 의심되어정보를 검색한 사람이 있었는데 광고성 정보만 가득해서 어디를 가야 할지 헤매었다고 하더라고요. ‘심리상담’관련 자격증은 무려 1,782개나 등록되어 있다고 해요. 그만큼 제대로 된 전문가는 찾기 힘들죠. 단순한 감정이나 기분 문제를 비롯해 상담사를 찾으신다면 꼭 상담심리학회 공인 상담심리전문가나 임상심리전문가가 있는 곳을 찾아가세요. 상담심리학회나 임상심리학회를 검색하면 가까운 곳에 있는 전문가를 찾을 수있어요.
본문에서 책이나 영화, 드라마와 같은 여러 가지 매체를 자주 인용하셨어요. 평소에 상담을 위해 이런 자료를자주 접하는 편이신가요? 실제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까요?
본문에 영화나 책, 드라마를 풀어놓은 이유는 스토리의 힘을 믿기 때문이에요. 어릴 때부터 이야기 들려주는 것을 좋아했어요. 연극 대본을 만들어서 초등학교에서 연극 공연도 여러 번 했고 대학 때는 연극부이기도 했고요. 특히 신화나 동화를 좋아하고, 신화학자 조셉 캠벨을 좋아하죠. <스타워즈>도 그분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는 영웅의 일대기를 잘 이야기해주는데요, 평범한 사람이 소명을 받고 고난을 거쳐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예요.
저는 내담자나 독자 모두가 영웅이라고 생각해요. 상담에서 자신의 삶을 스토리를 만들어간 사람은 온전한 자신이 되죠. 자신의 부족한 면도 받아들이고요. 나의 고통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누군가가 고통을 겪고 이겨내는이야기를 흥미 있어 하잖아요. 심리학 이론을 스토리텔링을 통해 잘 전달해나가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싶어요.
지난 몇 년간 상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어요. 실제로 상담을 받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고요. 현장에서상담가로 일하시면서 이런 변화를 직접 피부로 느끼시나요?
인식은 많이 달라졌는데 문제가 생기거나 매우 힘들어져야 상담실에 오는 것은 그대로인 것 같아요. 상담 시장만 놓고 보자면 기형적으로 넓어진 면이 있죠. 병원이나 심리치료실을 찾기보다 홍보나 마케팅을 전문적으로하시는 분들이 내담자를 구하기도 하고요.
실제로 지문으로 심리검사를 받거나 100만 원을 들여 타당성이 없는 진로검사를 받은 분도 있고, 정신과 약물이 아닌데도 몇 백만 원을 들여 약물 치료를 받은 분도 계셨어요. 특수한 기법을 쓰거나 100퍼센트 치료된다고호언장담하면 일단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상담자가 심리학 전공자인지 어떤 학회에 가입되어 있는지 등도꼭 확인하시고요. 아울러 심리검사를 받으신다면 다면적 인성검사와 문장 완성검사를 받으세요. 종합심리검사는 제대로 훈련된 임상심리전문가에게 받으세요. 상담심리학회에서도 라디오로 홍보를 시작했어요. 저도 향후심리학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막상 상담을 받고 싶어도 비용이나 시간 또는 처음이라 막연히 두려워서 겁을 내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런 분들은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상담이 필요한 이들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전환기를 맞은 이들이에요. 이러한 시기를 보낼 때 나의 연약함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상담은 내담자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기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잖아요. 당연히 용기가 필요해요. 이럴 때는 내면의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고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가보세요.
앞서 말씀드린 전문가들은 윤리규정이 있어서 상담내용을 비밀로 지킬 거예요. 제가 쓴 책들의 사례도 실제 사례에서 모티프만 가져온 가상 사례입니다. 내담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서는 안 되고요, 비밀유지가 되어야합니다. 금전적인 부담이 된다면 정신건강센터, 청소년상담지원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의 도움을 받을 수있어요. 만 24세까지는 1388로 무료 전화 상담이 가능합니다. 성폭력 피해자인 경우는 해바라기센터에 도움을요청하세요.
사회적인 변화와 더불어 심리상담가를 꿈꾸거나 상담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늘고 있는데요, 상담가가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세는 어떤 게 있을까요?
상담에 대한 윤리의식이요. 광고에서는 최고의 유망 직종이라거나 온라인으로 습득할 수 있다고 현혹하지만 실제로는 석사과정을 밟아야 하고 그 이후에 취업하기도 쉽지 않아요. 통계, 연구법, 학습심리학, 이상심리학, 뇌과학 등 다양한 공부를 해야 하고요. 졸업 후 3년의 수련 과정을 거치는 것도 힘들어요. 임상심리전문가, 상담심리전문가 모두 마찬가지로 어렵습니다. 힘든 이론 시험이나 면접을 거쳐서 상담심리전문가가 된 사람은 현재1,400여 명이 조금 넘습니다.
윤리의식 중 중요한 것은 내담자와 이중관계를 맺어서 안 된다는 것입니다. 친구나 동료는 물론이고, 이성 관계는 절대로 맺어선 안 되죠. 또한 내담자를 위해서 상담사가 건강해야 합니다. 필수는 아니지만 상담자도 개인분석을 받는 것이 필요해요. 저 또한 2년 동안 개인 분석을 받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 책은 자신을 누군가에게 오롯이 내보일 수 있었던 용기 있는 이들의 상담들을 가상으로 재구성한 책입니다. 많은 이들이 평생 나와 함께 할 '나'라는 동반자와 잘 걸어가기를 바랍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만나고 오늘은 오늘의 나로서 만족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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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현
14년 경력의 심리상담사,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1급 703호(주수퍼바이저)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 1246호
한국정신건강상담사협의회 정신건강증진상담사 1급, 보건복지부 청소년상담사 2급
마음달심리상담 센터 대표
저서<나를 사랑하는 일에 서툰당신에게>
<나라도 내편이되어야 한다>
maumdal.com (상담예약 신청)
https://brunch.co.kr/@maumdal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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