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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무엇이든 때가 있다는 것

 

 어린 시절 다락방에는 쓰지 않는 새 그릇들이 가득했다. 

고모들이 10대부터 시집갈 때를 대비해서 모아두었던  것들이다.

 전쟁을 겪은 할머니는 딸들이 결혼할 때 예쁜 그릇들을 주고 싶었다.

할머니가 모은 그릇들은 고모들이 원하던 것들은 아니었는지 지금 사용하자고 고모들이 졸랐지만 할머니는 안된다고 했다.


 

 

 

 

다락방에 신문으로 쌓아둔 그릇들은 참 예뻤다. 지금 이 그릇으로 밥을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이 지나고 지나.. 결국 고모들이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고모들은 그 그릇들을 가지고 가지 않았다. 

새로운 물건이 계속 해서 나왔으니까.

그랬다. 다락방에서 꺼내 온 그릇들은 유행이 지나버렸다. 처음 보았을 때 반짝반짝 거렸던 새로왔던 그릇은 오래지나 별 볼 일이 없었다. 낡아져버린.

그릇도 때가 있나보다. 

일을 할 수 있을 때. 만날 수 있을 때. 같이 놀 수 있을 때. 공부할 수 있을 때. 

그 그릇을 사용할 수 있을 때는 고모가 결혼을 할 때가 아니라. 

바로 할머니가 물건을 사왔을 그 때였다.


오늘 지금 내 손에 남겨진 것들이 이 시간 가장 귀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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